Letting go

A story of trembling between the comfort of routine and the call to start again — letting go to make room for a new life.

Letting Go

My husband decided to stop the work he had been doing.
He’s not that old yet, and given our circumstances, quitting wasn’t something we could do lightly — but he wanted to start anew somewhere else.

What should he do? Where should we go? In our mid-fifties, starting over feels risky, yet doing nothing feels wrong for someone still relatively young. When he first said he wanted to quit, I felt sympathy; his job had been wearing him down. It seemed right for him to look for something different.

But once it actually happened, anxiety rushed in. My world began to tremble. Suddenly, the later years of my life felt uncertain.

He wanted to leave; I wanted to keep what I knew.
I had imagined a gentle life: putting down roots, planting flowers and vegetables, meeting people I like, and growing old in quiet contentment. I was satisfied with my daily routine and didn’t want to break it.

Still, watching the man who had worked so hard all these years, I couldn’t remain selfish. I told him, “You’ve done so much — do what you want.” Yet anxiety, doubt, and a sense of helplessness kept rising within me. After thirty-plus years here, this place feels like the center of my world, and the thought of losing it was terrifying.

Packing away my art supplies, I wondered when — or if — I would ever open them again. A sadness and suspicion flooded me: a feeling of disappearing, a sense that my world was crumbling.

Then a thought came.
This place was not my original home either. At twenty-two, I came with two bags and the resolve to make a life in unfamiliar surroundings. Perhaps those hard early years left me wary of new beginnings. Maybe I am leaning on age as an excuse to act timidly.

Let it go. 

Put down what I have been clinging to. 

Empty myself.

Tear down the fortress I built and leave. 

It won’t be easy, but whatever fills the emptied space will become a new life.

남편이 하던 일을 접기로 했다.
아직 나이가 완전히 많지도 않고, 현실적으로도 쉽게 일을 놓을 수 없는 시기인데 그는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50대 중반의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리스크가 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엔 아직 젊다. 그가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는 오히려 안쓰러웠다. 지금 하는 일이 스트레스가 많고 힘들어 보였기에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실제로 일이 멈추자 불안이 밀려왔다. 나의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55세의 내 말년 인생이 갑자기 불투명해지는 기분이었다.

떠나고 싶어 하는 그와, 내 세계를 잃고 싶지 않은 나.
나는 평온한 일상을 원했다. 꽃 심고 채소를 가꾸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며 하루하루 잔잔하게 늙어가고 싶었다. 익숙한 루틴에 만족해왔기에 그 일상을 깨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럼에도 남편을 바라보면 내가 selfish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 고생했으니,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은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엔 불안과 의심과 막막함이 떠나지 않았다. 30년 넘게 쌓아온 이곳에서 내 삶의 중심은 여기에 있다—그걸 잃을까 봐 두려웠다.

미술 재료들을 정리하며 통 속에 넣을 때마다 ‘언제 이걸 다시 꺼내볼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슬픔이 밀려왔다. 내가 사라지는 듯한 기분, 내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애써 마음을 추스리는 중 히미하게 내안에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곳도 원래 내 고향이 아니었지 않은가. 스물둘에 가방 두 개 들고 와서, 낯선 이곳에서 살아 보겠다고 애썼던 그때가 있었다. 어쩌면 그때의 고단함이 이제 다시 시작하는 일을 두렵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이를 핑계 삼아 스스로 늙은 척 하며 도전은 젊을때 하는 거라고 나자신을 설득 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내려놓자.

내가 붙들고 있던 모든 것을 하나씩 내려놓자. 

비우자.

지금까지 쌓아올린 성을 부수고 떠나보자. 

쉽진 않겠지만, 비워낸 자리에 다시 새로운 삶이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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