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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끝자락, 목놓아 울던 매미는 간밤의 찬 기운에 생을 마감하고 차가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여름의 뜨거운 숨결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렸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양말을 신고, 스웨터를 걸친다. 아… 이렇게 또 가을이 오는구나. 또 한 번의 계절이 바뀌어 가는구나. 3년 만에 열어본 블로그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다시 글을 쓰게 된 건, 찬란하고 눈부신 날씨 속에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 넉두리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다. 생각을 정리하는 이 시간이 고맙기도 하고. 요즘 짐을 많이 정리했다. 매주 쓰레기통은 꽉꽉 차고, Donation Box에 넣은 봉지도 여러 개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지 말자, 꼭 필요한 소모품 외에는 사지 말자” 몇 번이고 다짐했는데도, 정리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차라리 물건 사는 돈으로 투자를 했더라면… 벌써 파이어족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후회 반, 자책 반으로 짐을 치우며 여러 생각들이 오간다. 몇 년 전, 아는 분이 돌아가셨을 때 사위가 집 정리를 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 큰 덤스터를 빌려서 웬만한 건 다 버려야 했고, 옷이며 모자, 가방, 살림살이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결국 그 정리는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떠나기 전에 내 짐은 내가 정리해야겠다’ 마음먹었는데, 정작 나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걸까. 자의 반, 타의 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나에게 이 시간은 꼭 필요했던 것 같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고, 확실한 것도 없지만, 짐 정리와 함께 마음 정리 역시 필요했나 보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괜히 불안해진다. 떠돌이가 될 것 같은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22살이던 그때, 가방 두 개와 현금 2,000달러를 들고 비행기에 올랐던 용기와 믿음을 떠올려 본다. 지금 내게도 다시 삶을 재정비하고 방향을 고쳐야 할 ‘인생의 계절’이 온 것 아닐까.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처...